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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한 어둠을 뚫고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렸다. 새벽에 집 밖으로 나오니 정신을 바짝 들게 하는 차가운 공기가 코 속을 밀고 들어 왔다. 시동을 켜자, 어김없이 낯익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러 장르의 음악과 따뜻한 이야기가 좋아 스스럼없이 친구를 맺은 방송이다. 물론, 일방적이다. 시작할 때부터 듣진 못하지만, 출근하면서 끝까지 들을 수는 있다. 분명 색다른
2016.12.0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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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타올랐냐는 듯 앞산에 고운 잎이 다 졌다. 화려했던 단풍들을 보내고 벌거벗은 나무들만이 쓸쓸함을 감춘 채, 의연하게 서 있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 앞에 마음이 분주하다. 요즘 교육청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각종 사업 마무리는 물론, 내년도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도 큰 행사를 두 번이나 치렀다. 행사를 기획할 때면, 무
2016.12.0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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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서 언젠가부터 까닭 없이 눈물이 날 때가 잦아졌다. 마음이 조금만 울컥해도 눈물이 핑 돌고, 날씨가 추워도 눈물이 흐른다. 나이 들면 다 그런 거라고들 하지만, 눈물은 정말 흘려야 할 때 울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남자는 태어나서 딱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속담 같은 그물에 사로잡힐 필요야 없겠지만, 쓸데없이 눈물이 나는 것 또한 난
2016.11.1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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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지금 그 시끄러움이 점입가경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늦가을의 풍경은 장엄하다. 곧 침몰할 것이라서 주체할 수 없이 더 황홀한 지도 모르겠다. 덩달아 나는 무엇을 한다 해도, 무엇을 쓴다 해도 그저 감동의 물결로 출렁이고 있다. 그러나 절정이 오히려 참혹을 부채질 한다. 희열이 더욱 우울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까닭 없이 슬퍼지면서 눈시울에 눈물이 어리어
2016.11.1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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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 이렇게 저문다. 상강 절기를 기점으로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더니 가을비가 부쩍 잦다. 가을비 한 번에 내복 한 벌이라 했던가. 단풍은 절정을 달리고 있는데, 온전히 느낄 겨를도 없이 겨울로 접어들 것 같아 안달이 난다. 올해도 달랑 두 달 남았다. 참 빠르게 많이도 달려왔네. 언젠가부터 어제일도 오래 된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
2016.10.2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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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 비 내린 후 확실히 달라졌다. 기온이 한 자리 수로 떨어지고 서늘한 날씨가 이어진다. 끈덕지던 더위가 물러나고 비스듬하게 누운 가을 햇살이 너무 좋다. 지난 주말에 가을 빛 따라 부안 변산 해안도로 거쳐 내소사 개암사에 들렀다. 어느 곳을 가든 산들거리는 바람결에 구절초꽃잎 기지개 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엇보다 보고 싶었던 코스모스 길 따
2016.10.1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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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9월의 마지막 주다. 시간은 휙휙 잘도 간다. 더위가 주춤하는가 싶더니 떠나기 전 몽니를 부려보는 듯 10월이 코앞인데도 덥다. 일기예보는 마지막 더위라 한다. 여름과 가을, 공존의 계절이 드디어 막을 내릴 모양이다. 이제부터는 가을 본연의 날씨가 열릴 것이라 하니 끝물 더위쯤은 참을 만하다. 월요일은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언제나 버거운 날이다. 지난
2016.09.2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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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은 그 숨 막히는 무더위 속에 있었던 것임을 여름의 끝물에 한 알의 포도 알을 깨물면서 문득 알게 된다. 수많은 과일들을 지상에 차려 놓고 힘센 여름은 물러가고 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저녁으로 쫄깃해진 공기. 하늘은 높아지고 너머 너머의 강이 말을 걸어오고 강물처럼 그리움도 깊어간다. 그렇게 8월이 가고, 백로 지나 추석이 문밖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2016.09.0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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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달라졌어요. 공기와 바람이. 미세하지만 느껴집니다. 나만 그런가 싶어 옆 사람에게까지 묻습니다. “좀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 구지 동의를 구하는 이유는 뭘까요. 말복이 지나고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한풀 꺾이면서 제법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는 처서를 앞두고 있다. 처서가 지나면 풀도 더 자라지 않고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고 하니. 절기란
2016.08.18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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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이 됐던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설레고 홀가분해지는 일이다. 지난 달 말, 십여 일 국외 출장을 다녀왔다. 웃어른과 함께 하는 자리라서 이모저모 조심스럽고 마음이 가볍진 않았지만 일상을 떠난다는데 더 큰 의미를 뒀다. 나는 제법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여행은 좋은 멈춤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떠나면서는‘다녀와서 뭘 해야지’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2016.08.04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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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빛과 30도를 훌쩍 뛰어넘는 무더위가 연일 이어져 장마가 끝난 줄 알았다. 한데 주말에 다시 커피를 볶듯, 후드득 후드득 비가 내렸다. 장마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이젠 끝물이지 싶다. 장맛비에 젖는 모든 것들이 제 몸의 상처를 감추지 못하는 날. 내 머리 속은 덩달아 엉킨 실타래라서 한잠 자고 생각하자며 낮잠을 청해 보았지만 허사였다.그냥 책이나
2016.07.1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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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장마 끝에 호우를 동반한 장마전선이 북상함에 따라 전국에 장맛비가 쏟아지고 있다. 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비 내리며 세상이 온통 습하다. 어디선가 어둑신한 헛간냄새도 흘러온다. 우리 동네는 호우경보라며 전국 뉴스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엊그제 새벽 출근길은 군데군데 폭우였다. 윈도 브러시가 미친 듯이 움직여도 앞이 보이질 않았다. 줄 창 울고 싶었는데 참
2016.07.0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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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전선이 뒤로 주춤했다. 비는 내리지 않고 무더위가 끈적끈적하다. 이열치열 뜨거운 차 한 잔을 마시며 우연히 내게까지 건너온 수필집을 얼핏얼핏 읽는다. 은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수필가를 대신해 가족들이 펴낸 유고집이다. 내겐 산수국보다 수국이 낯익다. 우리 집 쪽 마당 귀퉁이에 기척 없이 앉아 있다가 어느 날부터 꽃을 피우고 색깔까지
2016.06.2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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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부터 시작된 무더위가 유월 접어들면서 기승을 부리더니만 바람 불며 비가 내린다. 일기예보는 남쪽에선 벌써 장마 시작이라 한다. 아마도 지금 내리는 비는 여름 머리쯤을 적시는 비일 게다. 이왕지사 내리는 비를 타고 한없이 내려라. 버석거리던 세상이 추적추적 젖고, 풀풀 먼지 일던 마음이 촉촉이 가라앉을 때까지.잠시 일을 덮고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
2016.06.1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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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달렸다. 서해안 고속도로로 통근한지 일 년이 다 돼간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지기는커녕 늘 낯설고 두렵기만 하다. 커다란 트럭들의 행렬이 그렇고, 때론 빛의 속도로 내달리는 차들은 정말 무섭다. 십여 년, 전 대전으로 통근하던 시절이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땐, 힘이 드는지, 무서운지도 모르고 다녔었다. 그런대로 운치란 놈도
2016.06.08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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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오월의 마지막 날이다. 이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이제 유월, 단오 지나고 하지 넘으면서 계속 더울 일만 남았는데 큰일이다. 무성해진 숲을 바라보며 화가 모네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러나 결국 그를 실명(失明)의 고통에 빠뜨린 빛에 대해 생각한다. 생(生)이란 어쩌면 이토록 가혹한 건지. 가장 사랑하는 것이 왜 가장 큰 아픔을 주는지를 묻는다.피
2016.06.01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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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이라 하면 흔히 가을을 떠올리게 된다. 구지 독서를 하는 계절이 따로 있어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요즘처럼 나뭇잎들이 예쁜 계절에 눈부신 햇살이 은은하게 떨어지는 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읽는 상상만 해도 싱그럽다. 바쁜 일상에서 독서를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책을 읽는‘짬 독서’의 습관을 들이는 것도
2016.05.1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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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격하게 다녀 간 봄비 덕분으로 연두 빛은 더욱 진해졌다. 나무들이 제일 예쁠 때다.‘초등학교 입학식 날처럼 모두들 제 빛깔로 이름표 달고 서 있다, 라던 어느 시인의 표현이 새삼 왜 그리도 절묘한지. 요즘 산을 바라보면 가슴이 울렁거린다. 다 타버린 연탄재처럼 번 아웃된 가슴으로 젊음 만발한 연두 빛 에너지들이 흘러들어온다. 가슴 두근거림, 선홍빛
2016.04.2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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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간 해외 출장을 다녀오고 나니 세상이 온통 꽃 천지였다. 시절을 당긴 색색의 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 온갖 향기를 뽐내고 있다. 덕분으로 두 눈이 한껏 호사를 누린다. 사월은 벚꽃과 복사꽃이 흐드러지고 목련과 유채꽃이 마음을 적신다. 젊은 베르테르를 생각하며 사월의 노래를 부른다.‘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
2016.04.19 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