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남도교육청 장학관 신경희
아슬한 어둠을 뚫고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렸다. 새벽에 집 밖으로 나오니 정신을 바짝 들게 하는 차가운 공기가 코 속을 밀고 들어 왔다. 시동을 켜자, 어김없이 낯익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러 장르의 음악과 따뜻한 이야기가 좋아 스스럼없이 친구를 맺은 방송이다. 물론, 일방적이다. 시작할 때부터 듣진 못하지만, 출근하면서 끝까지 들을 수는 있다. 분명 색다른 감정의 교류이다. 하루하루가 새롭고 신선하고 생생하다. 어찌 됐든, 이제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돼 버렸다.

새벽에 함께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숨은 행복이다. 일방적으로 흘러나오는 음악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혼잣말을 하는 거지만, 편안함과 따뜻함이 있다. 특히, 매주 수요일에는 책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는데, 아주 유익한 시간이다. 이번 주에는 52번째 책을 소개해 줬다. 책명은 <질문하는 책들>이다. 아나운서는 책에 실린 내용의 한 부분을 차분한 음성으로 읽어주었다. 허기진 마음속으로 강물처럼 흘러들었다.

‘질문과 질문이 합해져서 더욱 거대한 질문이 되는’, ‘묻고 또 물으며 제대로 다시 한 번 물을 수 있는’ 좋은 책들을 소개했다고 하니 더욱 더 궁금해졌다. 책명을 잊어버릴까봐 운전 중임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에 저장해두었다. 그러잖아도 주문할 책이 몇 권 있었는데, 때마침 함께 주문해야겠다 싶어서였다.

출근하자마자 책명을 인터넷서 확인해봤다. 다양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도 깊이 있게 전달하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팟캐스트 방송〈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다루었던 도서 중, 9권을 엄선하여 정리하고 보충한 책으로 유머와 지성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책이라 소개하고 있었다. 궁금증과 호기심의 축제로 들어갈 수 있는 티켓을 어찌 구입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요즘처럼 생각하려하지 않고 모든 답을 빨리빨리 갈구하는 시대에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길어 올린 질문들, 질문과 질문이 합해져서 더욱 거대한 질문이 되는, 묻고 또 물으며 제대로 다시 한 번 물을 수 있는 좋은 책들을 마주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성 싶다.

어느 책에선가는 ‘무엇을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 한다. 무엇이 거대하고 위대한 질문일까. 생각해 보면 우리네 삶 자체가 온통 물음표 아니던가. 성공한 삶이 아니라 운명이 내게 던진 질문들을 품고, 그 질문의 힘으로 세상을 견디며 자기 의지를 세우는 삶이 진정 거대하고 위대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특별히 걱정거리와 생각들을 다 내려놓고 어린이가 되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읽어가고 싶다. 주문한 책이 도착도 하기 전에 페이지마다의 풍경을 빨판처럼 빨아들일 준비를 한다.

사는 게 지쳐 숨조차 쉬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날이 있다.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 없이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그게 잘 안 된다. 어제도 가고, 그제도 간 길을 또 가야 한다. 세상은 왜 이리 쉽게 어두컴컴해지는 건지. 오늘은 마음 비우고, 그냥 마음 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며 오래된 질문, 끝없는 질문들을 던져봐야겠다.

저작권자 © 충청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