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부여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 신경희

▲ 충청남도 부여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 신경희
흐지부지하던 장맛비. 오락가락 하다말고 이렇게 장마가 끝나려나 보다. 뜨거운 햇살 장엄하게 솟아오르더니 아침부터 푹푹 찐다. 이제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려는 모양이다. 오랜 기다림, 짧은 생을 맘껏 불태우겠다고 작정하고 달려 든 매미들이 한껏 울어 젖힌다. 점심에 잠깐 읍내 나가는 길. 강하고 투명한 햇살이 작렬하고 하늘엔 뭉게구름 덩이덩이 어울렁 더울렁 흘러가는 한여름 날의 진풍경. 떠다니는 구름이 그저 부럽기만 했다. 덩달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다.

이제 학교마다 방학이고, 바다로 산으로 해외로 여름휴가가 절정이다. 어디론가 떠나는 것은 내면의 기갈 때문이라고 한다. 영혼의 굶주림, 정신의 목마름을 채우려는 현재의 삶의 법칙에서 새로운 법칙을 발견하고자 하는 갈증이란다. 그래서 여행을 새로운 생활의 산파라고도 한다. 이진명 시인은‘여행’이라는 시에서‘여행은 넘어감(유월逾越)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행을 돌아오지 않는 것들에 대한 희미한 기억과 불투명해진 과거의 추억 속에서 삶이 비록 눈부신 것일지라도 편도여행이다.’라 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여행의 끝은 돌아옴에 있다. 그 덕에 우리는 짐을 꾸려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것이다. 삶은 엑소더스와 복귀라는 오이디푸스적 자기귀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라고 볼 때, 여행은 편도가 아니라 삶의 왕복 길이라 하는 것이 더 맞을 성 싶다. 자신을 둘러싼 우주를 탐색하면서 다시 자신 안의 우주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생각해 보면 인생이란 머언 여행이다. 우리는 날마다 걷고 또 걸어서 어디론가 가고 있는 중이다. 사람이란 나이가 들수록, 고독이 커질수록 울고 싶을 때가 많아진다. 그런데 근사하게 울어 제낄 기회는 많지 않다. 오히려 눈물샘에서 넘쳐 나오려는 눈물을 악물고 삼키려고만 한다. 울음은 가식 없는 진실한 표현을 소리로 풀어내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다.

대전으로 통근하던 때가 있었다. 힘들고 지치고 참 어려웠다. 지금 다시 그렇게 하라면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다. 근원을 알 수 없는 가슴 뻐근함으로 힘들 때마다 퇴근길가에 차를 세우고 원 없이 목 놓아 울곤 했다. 소리 내어 실컷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해졌다. 그 어떤 것도 다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사랑도 커지고 마음은 온 우주를 다 품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치고 힘들 때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어디론가 떠날 수 없다 해도 이 여름, 한번 쯤 시원스레 울 수 있다면 삶의 무게에서 조금은 해방될 수 있다.

절정의 이글거림,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머지않아 아침 햇살은 여름 햇살이고, 바람은 가을바람이고 매미소리는 여름인데 하늘은 가을인,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묘한 매력 속에 살게 될 것이다. 천둥번개, 태풍과 폭우, 불볕더위, 고개 숙이는 법, 그 뜨거웠던 여름날 여행을 기억하면서.

지열이 아지랑이로 피어오르는 한여름 날. 숨이 탁탁 막혀 온다. 오늘도 작렬하는 여름 태양처럼 정열적인 그런 삶 살아야겠지. 명징하고 선명하고 또렷하게. 시뻘건 노을이 산중턱에 엎질러져 뉘엿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내 영혼을 목 놓아 뜨겁게 울어젖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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