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부여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 신경희

▲ 충청남도 부여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 신경희
회색빛 들판이 초록으로 빠르게 채워졌다. 이제 세상은 하나같이 초록 물결이다. 뻐꾹새는 산기슭에서 울고, 짙은 나뭇잎 사이로 그리움도 바람같이 선선히 불어온다. 절반의 계절이 함께 공명하며 늠름해져 간다. 늦은 오후, 차 한 잔 마시며 간간히 찾아가는 인터넷 카페에 잠시 들렀다. 그 곳에서 뜻밖에‘보수된 유리창’이란 낯선 이론을 만나게 되었다.

‘보수된 유리창 이론’이라.‘깨진 유리창 법칙’을 접하면서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탁월한 용어였다. 어느 수석교사가‘깨진 유리창 이론’은 있는데, 왜‘보수된 유리창 이론’은 없는 것인가? 라며 쓴 글이었다.‘깨진 유리창 이론’에 대해서는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그것은 미국의 범죄 심리학자 제임스 윌슨이 주장한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유리창을 중심으로 멀쩡하던 유리창들이 자꾸 깨진다는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이다.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그의 글에서‘공부를 못하는 학생에게 낮은 학력은 곧 깨진 유리창이나 다를 바 없다. 학력의 유리창이 깨진 후에는 인격의 유리창도, 관계의 유리창도 다 깨져버린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그러니까 깨진 학력의 유리창을 보수하고 나면, 인격의 유리창도, 관계의 유리창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피력하였다. 학력의 유리창을 보수한다는 것은, 학력을 높인다는 의미가 아니라 낮은 학력으로 인한 열등감을 버리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한 평소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는“공부를 잘하면 나중에 잘 먹고 잘 살 가능성이 높아지겠지.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것이 경쟁력이라면, 착하다는 것도 경쟁력이다. 성실하다는 것도 경쟁력이다. 실제로 학창시절 공부는 잘 못했어도 남달리 착하고 성실한 까닭에 멋지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해주곤 한단다. 그러면서 끝머리에 유머를 함께 던져놓았다.

‘4.5와 5는 친구 사이였다. 그러나 5라는 녀석은 4.5가 자기보다 조금 모자란다는 이유로 늘 못살게 굴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 어느 날 4.5가 팔을 걷어붙이고 덤벼들었다.“야, 너 이제부터 나에게 못되게 굴지 마. 심부름을 시키거나 날 무시하면 가만 안 둘 거야.”갑작스러운 4.5의 반격에 5는 어이가 없었다.“너, 지금 머리가 좀 이상해진 거 아냐?”이 말을 들은 4.5는 고개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이거 안 보여?”4.5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얼굴에는 점이 사라지고 없었던 거다. 레이저 시술로 점을 빼고 보니, 4.5는 45가 되었던 것이다. 친구 5보다 무려 9배나 큰 존재가 되어 있었다.’썰렁한 개그 같지만 전해주고자 하는 의미는 크게 다가왔다.

실제로 그가 아는 어떤 여자 수석교사 중에 얼굴에 있던 점을 제거한 후에 외모에 신경을 좀 쓰는 듯 하더니 더 아름다워진 분이 있다고 한다. 그런 사실을 목도한 시점이 바로‘보수된 유리창 이론(?)’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고 너스레를 떠는 것으로 글은 마무리 된다.

혹여 우리들 마음속에도 그와 같은 점들이 박혀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45를 4.5로 만들어 버리는 점 말이다. 사람은 그 존재 자체로서 무한한 가치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남과 비교해서 좀 낫다 싶으면 교만에 사로잡히고, 좀 모자란다 싶으면 열등감에 사로잡히기가 쉽다. 언제나 그것이 문제다. 마음속에 깊숙이 박힌 열등감이란 점들을 시술해 주려는 노력. 그것이 소위 그가 전하는‘보수된 유리창 이론’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옆에 있는 유리창도 깨지기 쉽다. 그러나 비록 깨진 유리창일지라도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면 주변의 깨졌던 유리창까지도 덩달아 보수되는 아름다운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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