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부여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 신경희

▲ 충청남도 부여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 신경희
‘님이 오시나 보다. 밤비 내리는 소리. 님 발자욱 소리. 님이 가시나 보다. 밤비 그치는 소리...’ 예전에 귀 익었던 노랫말의 한 소절이다. 벌써 3월이 중순을 넘어섰다. 이제 정말 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꽃샘추위가 찾아와 몸을 움츠리게 했다. 언제나 그렇게 몸살을 앓아야만 봄을 맞이할 수가 있다. 봄은 역시 시샘을 받을 만큼 충분히 아름답고 위대하다.

지난주 해갈의 봄비가 다녀간 후로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우리 집 쪽 마당에 살고 있는 산수유 노오란 꽃망울은 이미 터지기 시작했다. 궁남지에 한껏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마다 연두 빛 물이 차오르고, 죽은 듯 서 있던 나무들이 새 눈을 뜨고 있다. 조금 더 있으면 팝콘 터지듯 여기저기서 화사한 봄꽃들이 피어나겠지.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활력의 계절이다.

3월은 자연의 변화만이 아니라 마음속에 머물러 있던 겨울도 물러가게 한다. 봄 하면 더불어 시작이란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봄이 되어 산과 들에 새눈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것과 모든 것이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가 서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계획이 새로워지고 기대감이 곳곳에 넘쳐난다. 학교의 3월은 유독 그렇다. 빳빳한 새 교복을 입은 신입생의 꿈들이 시작되는 것이다. 직장에는 새내기들로 싱그럽게 봄이 와글거린다. 이렇듯 3월은 무언가 새로 시작하는 느낌의 달임이 틀림없다.

봄이 시작된다는 삼짇날이면 조선시대의 아낙들도 친족들 혹은 이웃들이 삼삼오오 모여 야외로 나가 꽃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화전(花煎)을 해먹으면서 노래를 부르거나 시를 읊었다하니 이들에게 화전놀이는 봄의 시작과 한해의 시작을 즐기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신비로운 새순이 올라오고 새 생명이 약동하는 이 때, 우리는 지금 무엇으로 봄을 시작하고 있는 걸까.

매년 무리 없이 하는 일이라도 새 눈으로 바라본다면 그것이 곧 봄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진정한 새로움은 언제나 내 안에서 시작된다. 내 밖에서 뜻밖의 일들이 시작되어도 내 안에서 그 일을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바라볼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새로운 것은 내 밖의 다른 환경과 여건이 아니라 내 안의 다른 기대와 희망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새로움은 바로 내 안의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날마다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야말로 새로움의 원천이다. 모든 것이 부활하는 이 봄에는 시간이 없다 핑계대지 말자. 나이를 탓하지 말자. 미지의 세상을 향해 멈추지 않고 자라나는 새눈처럼 살아볼 일이다.

그리운 이 곁에 없어도 천지사방에 잊지 않고 봄은 찾아온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마른 가슴에 물고 트는 소리. 오동통한 꽃망울 발갛게 터져 나오는 꽃 소리 환하기도 해라. 방실방실 한 줌 햇살 창가로 다가오더니 슬며시 말을 건넨다. 따사로운 봄날 오후가 참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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