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 신경희

▲ 부여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 신경희
그거 아세요.‘사람의 눈빛 속에는 그 사람의 뇌에 있는 정보가 모두 들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흔히‘눈빛만 봐도 안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은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고, 그 사람의 생각, 마음상태, 품은 뜻이 눈을 통해 밖으로 드러난다는 의미다. 눈빛 안에는 그렇게 다양한 감정들이 숨어 있다. 남녀가 연애를 할 때도 진정성을 보려거든 눈빛을 살피라고 한다. 남녀 심리의 절정은 바로 눈빛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빛은 상황에 따라서 변하곤 한다. 때론 선량하게 보이기도 하고, 어떤 때엔 아주 지독하게 보이기도 한다.

눈빛은 사람의 인상을 대신하기도 한다. 사람마다의 눈빛이 주는 느낌은 다 다르다. 별빛처럼 초롱초롱 빛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흐릿한 눈빛도 있다. 눈물 한 방울이 그렁그렁 매달려 있는 슬픈 눈이 있고, 희망에 찬 눈빛, 증오에 찬 눈빛, 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사람의 막막한 눈빛, 아무도 눈 맞춰 주지 않는 허공을 서성대고 있는 애잔한 눈빛, 탐욕이 이글거리는 눈빛도 있다. 나는 지금 어떤 눈빛, 어떤 인상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이 나이쯤에서 지니고 싶은 눈빛을 욕심내보라 하면 단연코 부드럽고 따뜻한 눈빛일 것이다. 각박하고 힘든 세상살이에 지친 몸과 마음을 부드럽고 따사로운 눈빛으로 위무해 줄 수 있는 그런 눈빛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살면서 때론 넘어지기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 삶이 슬픈 무늬로 아롱질 때가 있다. 마음이 깔깔할 때면 못난 마음이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그런 마음을 다시 곧추 세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믿고 있는 사람들의 흔들리지 않는 눈빛이다. 한 존재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눈빛은 안정감을 주고 살아갈 용기를 주는 든든한 기둥이 돼 준다. 그런 눈빛을 경험해 본 사람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가 있고, 그 안정감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서고 도전할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그윽한 눈빛 한 사발이면 하루 종일 배부른 날도 있다. 다정다감한 눈길과 잔잔한 웃음이 삶을 이유 없이 든든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우수 경칩 지나면서부터 창가에 비스듬히 걸린 햇살의 두께가 한층 달라졌다. 도타워지고 보송보송해졌다. 4년 만에 새로운 곳에 부임을 했다. 익숙하지 않고 모든 것이 어설프다. 하지만 익숙한 방법으로 익숙한 해석을 하는 데에서 벗어나 처음 시작할 때의 설렘과 거기서 나오는 힘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새로운 곳에서 함께하는 사람,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이왕이면 부드럽고 따뜻한 눈빛을 나누려 애를 쓴다. 진정을 다한 애정 어린 눈빛을 심고 기다리다 보면 기적은 그 안에 슬그머니 자리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저 멀리 하늘 빛 곱게 내려와 눈가에 머물고 싱그러운 연두 빛 바람 앞에 봄은 어느새 화사하게 미소 짓고 있다. 모든 것이 부활하는 이 봄날.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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