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서면중학교 교장 신경희

▲ 충남 서천 서면중학교 교장 신경희
교장을 흔히‘교직의 꽃’이라 말하기도 한다. 물론 내 생각은 좀 다르지만. 사령장을 받고 부임한지 어느덧 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조직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교환경을 정비하며 열악한 농어촌 학생들에게 꿈과 감동을 주는 교육을 펼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흐른다.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만난 교직원과 학생들과의 인연도 떠오른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이제는 비, 바람 스쳐간 흔적은 감춰지고 보람 있었고 행복했던 그림이 더 많이 남아 있다. 모두가 학교를 믿고 응원해준 사람들 덕분이다.

발령 받았을 때는 덜컥 겁이 나고 자신도 없었다. 경험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 지만 초빙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무거운 책임감이 더하지 않았나 싶다.‘실력을 다지며 꿈을 디자인하는 학교’라는 비전을 세우고, 농어촌 소규모학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차별화된 교육활동으로 교육공동체 모두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무엇보다도 위축되어 있던 학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나름 애를 써왔지만 돌아보니 아쉬움의 자리가 더 크다.

교육비전, 교육목표, 경영관 등 밑그림으로 디자인한 것들이 학교 현장에서 현실화될 때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뛰고, 가늠할 수 없는 열정과 힘이 솟구치곤 했던 기억이다. 꿈이 스케치된다는 것. 그것이 현실화된다는 것처럼 가슴 뛰게 하는 일이 또 있을까? 어느 날은 학교에 있는 하루 종일 향기로운 멀미가 났었다. 학교를 경영한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일이다.‘학교와 학생을 모두 살리는 행위와 같다.’라고 하면 너무 무리한 표현일까. 학교경영은 교사와 학생이 무언가를 느끼게 하고, 학부모와 지역사회 등 교육공동체가 그러한 느낌의 공유를 통해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교육다운 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철학이 있는 교장이고 싶었다. 본말이 전도된 슬픈 교육대신 희망 가득한 교육을 펼치고 싶었다. 모두가 행복한 학교, 교사가 신나고 학생이 신나면 교육은 바르게 잘 이뤄지리라 믿었다. 모든 것은 우리가 무엇을 믿느냐가 중요하다. 무엇을 믿는지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인의 미래는 물론 우리가 하고 있는 교육, 나아가 사회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한 믿음으로 4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도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과 협력을 조화시키는 중용의 마인드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학교경영과 기업경영이 본질적으로 비슷하다는 것도 배웠다. 맛있는 학교, 매력적이고 성장 스토리가 있는 행복한 학교 경영의 변화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학교장이어야 한다는 생각에도 변함이 없다. 교장은 단순한 학교 관리자에 머물지 않고 공교육 개혁을 선도하고 촉진하는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우두망찰 바라만 봐서는 더더욱 안 된다. 경영전문가 공병호는‘진정한 리더십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나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 주도적 리더십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좋은 교육리더가 될 수 있고, 우리가 꿈꾸는 행복한 학교, 행복한 교육을 만들어가는 초석을 다져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은 단순히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찔한 설렘으로 첫 출발하던 그 때, 그 첫 마음으로 돌아가 매력적이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는데 다시 열정을 부리고 싶다. 땅 속에 고물거리는 벌레들이 몸을 뒤척이는 소리, 나무뿌리들이 아주 조금씩 깊은 곳으로 가느다란 발을 뻗는 소리가 들려온다. 모두가 희망이고 설렘의 소리다. 지금은 춥지만 기다려 주면 봄 햇살 아래서 그들의 비밀을 하나 둘 열어 줄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강물은 여일하게 흐르고 계절이 오고 가면서 꽃들은 아름답게 피고 지겠지. 이제 다시 시작이다. 처음 너를 만나던 그 날처럼 그 두근거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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