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서면중학교 교장 신경희

 
4월인데도 꽃샘추위를 한다. 남쪽의 꽃들은 폭죽 터지 듯 만발했다는데 우리 동네는 봄이 자라다 말고 주저앉은 듯 조용하다. 따사로운 봄 햇살 한줌 불러다 뾰족하게 고개 내밀어 기웃거리는 꽃봉오리들에게 간지럼 태우듯 나눠 주고 싶다.

우리 동네 봄은 언제나 존재하지 않는 듯 은밀히 다가와서 어느 날 갑자기 꽃 잔치 한바탕 치르고는 초록 빛 속으로 꼬리를 감추기 일쑤다. 그 때를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도 헛수고일 때가 많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길목을 지키고 있다 놓치지 말아야지. 그동안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바쁜 척 하느라 잃어버린 것, 잊고 산 것들이 너무 많다.

지금 하고 있는 학교경영도 교육도 그런 것 같다. 뒤돌아보니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지나 온 게 너무나 많다. 때론 열정이 앞서 근간을 잊고 형식에만 치우친 것도 많았다. 교육정책이라는 이유로 타성에 젖어 버린 시간에 끌려 간 적도 없잖아 있었다.

그 어떤 바람이 불어 닥쳐도 뿌리 깊은 나무로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 꿋꿋하고 뚜렷한 철학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동안 자기주도적 학습과 더불어 진로교육을 강조하며 아이들 꿈 찾기 교육에 노력을 기울인다고는 했지만, 교육 활동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때가 많아 늘 안타까웠다.

그러던 차 올해는 우리 학교에도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배치되었다. 아이들의 꿈과 비전을 심어 주고 날개를 달아주는 일에 더 진력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반갑고 힘이 되는지. 진로교육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일이다. 그래서 그 어떤 교육활동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없으면 꿈이 없고, 꿈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빚진 사람이 진 빚 덕택에 행복해질 수도 있을까?’언젠가 방송에서 들은 얘기다. 어떤 사람이 천만원 빚을 졌다. 한 달을 열심히 일해서 백만원 갚고, 두 달을 열심히 일해서 이 백만원을 갚다 보니 기대에 부풀더란다.

그렇게 다섯 달 여섯 달을 갚고 보니 빚이 많이 줄어들고 희망도 보이고, 여덟 달 아홉 달을 갚고 나니 감동까지 밀려왔다고 한다. 비록 힘겨운 빚을 갚는 일이었는데도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하나하나 이루어 갔기 때문에 그 사람은 행복했던 거다. 어느 학교 정문 현수막에‘그냥 와도 좋다. 꿈을 심어주고 그 꿈을 키워도 주마.’라는 구호가 휘날리는 것을 보는 순간 가슴에 거센 파도가 일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학교는 아이들로 하여금 꿈을 갖게 하고 그 꿈을 키워가는 터전이 되어야 한다. 잘 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 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하면서 일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조력하고 지원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보다 창의적이고 지속적인 진로개발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펼쳐야 한다.

교육하는 일이 이래 저래 만만치가 않지만 다시 한 번 내가 선택한 교직에 사명감을 되새겨 본다. 바로 내가, 우리 선생님들이 지금 아이들의 진로 코치가 되어야만 한다. 상처받고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멘토가 돼 주어야 한다. 사랑과 관심이 바탕을 이룬 선생님들의 눈길과 가르침만이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울림이 되고, 또한 상처를 치유하며 새살을 돋게 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3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쁘고, 기다리지 않아도 밤은 오고 보내지 않았는데 시간은 잘도 간다. 학교는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누구든 스스로 중심 잡지 않으면 시간표대로 다람쥐 체 바퀴 돌리 듯 그렇게 가버리고 만다. 그래서 뚜렷한 목표 아래 방향을 잘 잡아서 가야 하는 곳이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숨겨진 가치가 빛을 발하도록 하고, 결점이라 할 수 있는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꿔 주는 노력을 지속하는 곳.

그런 곳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행복한 학교다. 이왕이면 우리 아이들 성장의 길목에서 꿈과 비전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

작은 물결이 모여 큰 파도를 만들어 내듯 은밀히 다가와 기적을 일으키는 봄처럼 학교의 변화도 그렇게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가 진짜다. 사방팔방에서 마구마구 피어나는 꽃들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뭉게구름처럼 하얗고 황홀한 벚꽃 길을 걷는 우리 아이들의 꿈도 풀빛처럼 짙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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