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서면중학교 교장 신경희

 
서점을 운영하는 제자가 있다. 서울에서 대학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와 아버지와 함께 열심히 살고 있는 건실한 청년이다. 그는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확대로 가뜩이나 영세한 서점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데도 꿋꿋이 버텨내며 마을 문화공간을 유지해주고 있다.

어쩌다 학교에 일이 있어 들어올라치면 잊지 않고 베스트셀러 책을 건네주고 가곤 한다. 지난주에도 멋진 인생의 지혜를 담은 책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제목부터 솔깃한 책을 놓고 갔다.

이것저것 정신없이 바빠 요즘은 어떤 책들이 출생신고를 하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살고 있던 차에 얼마나 반갑고 힐링이 됐는지 모른다.

연두 빛 날개 달고 너울너울 봄이 오는 길목에서 빛나는 햇살 따라 분홍빛 언어, 연두 빛 아지랑이 되어 나무위로 피어오르고 싶은 주말 내내 푹 빠져 있었다.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쳐 온 78세의 저자가 재미있고 유쾌하게 늙는 인생의 비결을 53가지 테마로 전해 주고 있다.

아무리 머리로 이해하려고 해도 아직 그 나이를 경험하지 못한 내게 족집게처럼 마음에 콕 닿는 글과 문장들로 지혜를 던져 주었다. 그동안 지치고 버겁던 마음속 찌꺼기들까지 씻어 내고 위로 받기에 충분했다. 덤으로 어떻게 나이 들어 갈 것인가? 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도 얻었다.

‘40세가 넘으면 자기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40세 이후의 얼굴은 타고난 생김새뿐만 아니라 그동안 살아 온 이력, 건강상태, 마음가짐과 인격까지를 담고 있다는 뜻일 게다.

사람의 얼굴은 20여개의 근육이 안면신경의 영향을 받아 표정을 조절하게 되는데 세월이 흐르면 평소의 표정에 따라 근육이 정착하게 된다고 한다.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 내거나, 근심이 많은 사람의 대부분은 자연히 미간에 주름이 생기고, 입 꼬리가 내려가면서 이마에 주름이 깊게 생긴다.

반면, 긍정적이고 배려심이 있는 사람들은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눈가에 웃음 주름이 잡혀 있으나 밝은 표정을 하고 있다. 나는 어느 쪽에 속할까? 거울을 들여다보니 미간에 신경주름은 물론 팔자주름까지 보인다. 내 영혼의 통로인 내 얼굴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자신의 얼굴에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듦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 회한이 짙어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의도적으로라도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게 밝은 표정을 짓는 노력을 하여 스스로 만족스럽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전염시키는 나이 듦에 도전해 볼까 한다.

50대에도 새롭게 도전할 수 있고, 60대에도 그럴 수 있고 인생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말이다. 나이답게 산다는 것이 언제나 엄숙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라 그것을 잘 조율할 줄 아는 것이 진짜 어른이라고 한다. 우리가 인생을 가치 있게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야 한다. 가치 있는 인생은 누군가에게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 준다.

이 세상 누군가에게 작으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한 살 한 살 나이 든다는 것이 결코 반갑지는 않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야할 할 생(生의) 궤적이므로 그 너머를 바라보며 나이와 걸 맞는 행복한 동행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시기건 그에 알맞은 그 때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그것을 충분하게 느끼며 산다면 그것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한다. 나이 들수록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작고 소중한 이야기들을 만들며 살아야 한다. 그 희망의 끈이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는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나에게 맞는 재미를 찾는 것이 진정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일이라고 한다. 주어진 순간순간 인생을 재미나고 빛나게 살아서 어느 날 문득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오는 기억들로 웃음 지으며 퍼즐조각을 맞춰 멋지고 아름다운 그림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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