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서면중학교 교장 신경희

 
학교의 2월은 함께 출발하여 달려온 길을 마무리하는 분주한 달이다. 큰 행사인 졸업식이 있고 학년을 마무리하는 종업식도 있다. 2월은 특히 초중고 졸업식으로부터 시작해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본격적인 졸업시즌이다.

우리 학교도 이번 주에 32회 졸업식이 있다. 이번 졸업생은 내게 좀 더 특별하다.
2010년 3월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그 때 신입생으로 만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교장으로 부임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열악한 농어촌 소규모학교의 어려움을 극복하여 매력적인 학교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욕이 충천하여 때로는 모험을 하면서까지 최선을 다해 교육활동을 추진해왔다.

그 길을 함께 해온 학생들이 이제 졸업을 하게 된 것이다. 3년 동안 함께했던 그 아이들을 막상 떠나보내려니 부임하던 그 때 기억이 새롭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성장해 갈지 그것 또한 궁금하기도 하다.

내게는 같은 또래 아들이 있다. 중학교에 입학한다고 몸에도 잘 맞지 않는 커다란 교복을 맞춰준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젠 발목이 훤히 드러나도록 짧아지게 자라서 졸업을 하게 된다. 늦둥이로 태어난 아들에게 그저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된 엄마 역할을 해준 기억이 없다.

그게 늘 맘에 걸려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그런데도 무탈하게 그럭저럭 잘 자라준 아들에게 고맙고 그저 감사할 뿐이다.

예전에는 졸업식하면 정들었던 친구, 선생님과의 헤어짐으로 인한 아쉬움과 슬픔으로 식장이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고, 새로운 인생에 대한 기대 등으로 가슴 벅차고 아름다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또한 졸업식은 온 가족이 모두 참여해 자랑스러운 자녀의 졸업을 축하해주는 엄숙하고, 숭고하기까지 한 자리였다. 하지만 최근의 졸업식 풍경은 어떠했는가? 알몸 졸업식이니 계란 폭탄, 밀가루 사례 등 천태만상의 풍경들로 사회를 온통 시끄럽게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졸업식 풍속도를 보면서 어른들은 너나없이 도를 넘었다며 혀를 차며 눈살을 찌푸렸고, 교원의 한 사람으로서 어깨가 한없이 무거웠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학교는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그런 졸업식과는 달리 졸업주간 운영, 타임캡슐 봉인식, 졸업가운을 입고 레드카펫을 밟고 모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호텔식 졸업식 등 꿈과 감동이 있는 아름답고 행복한 졸업식을 거행해 왔다. 물론 올해도 그렇게 추진하려고 예정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말로만 졸업식을 의미 있고, 뜻 깊게 만들라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우리 어른들이 먼저 그런 날로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본다. 평소에 부모님과 교사들이 자신의 졸업식의 추억과 그 날의 의미를 설명해 주고, 교감(交感)을 돈독히 한다면 아이들이 졸업식 때 그렇게 눈살 찌푸릴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학교마다 졸업생이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새로운 출발을 격려하고 자축하는 축제의 장으로 졸업식 문화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해도 대부분의 학교들이 뜻 깊은 졸업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가마에 담임교사를 태우고 입장을 한다든지 모두가 주인공인 동영상을 제작하고 선․후배와 교육공동체가 함께 어우러진 축하공연 등 다양하고 이색적이며 꿈과 감동이 있는 졸업식이 펼쳐질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 만들기 차원의 건전하고 멋진 졸업으로 우리 학생들이 사회와 나라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할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과 지혜를 모아 응원해 주길 바란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졸업식을 ‘끝내는 날’로만 생각하고 있다. 영어로 ‘졸업’을 ‘Commencement’라고 하는데 Commencement는 ‘시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흔히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제 졸업에 담긴 소중한 ‘시작’의 참 뜻을 알고 졸업하는 우리 집 막둥이 아들과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우리학교 졸업생들은 물론 졸업을 앞둔 모든 학생들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지혜를 갖고 행동하여 더 넓은 곳에서 새로운 맘으로 새롭게 시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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