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인데도 꽃샘추위를 한다. 남쪽의 꽃들은 폭죽 터지 듯 만발했다는데 우리 동네는 봄이 자라다 말고 주저앉은 듯 조용하다. 따사로운 봄 햇살 한줌 불러다 뾰족하게 고개 내밀어 기웃거리는 꽃봉오리들에게 간지럼 태우듯 나눠 주고 싶다. 우리 동네 봄은 언제나 존재하지 않는 듯 은밀히 다가와서 어느 날 갑자기 꽃 잔치 한바탕 치르고는 초록 빛 속으로 꼬리를 감추
서점을 운영하는 제자가 있다. 서울에서 대학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와 아버지와 함께 열심히 살고 있는 건실한 청년이다. 그는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확대로 가뜩이나 영세한 서점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데도 꿋꿋이 버텨내며 마을 문화공간을 유지해주고 있다. 어쩌다 학교에 일이 있어 들어올라치면 잊지 않고 베스트셀러 책을 건네주고 가곤 한다. 지난주에도 멋진 인
살면서 누군가를 오해할 때도 있고, 또 누군가로부터 오해를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작건, 크건 오해는 관계형성에서 무서운 게 사실이다. 때로는 오해가 사람을 송두리째 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깝다고 하는 가족 간에도 오해를 사서 파탄에까지 이르는 경우를 보게 된다. 친구사이나 직장에서도 그렇다. 오해가 잘 풀려 이해되지 않으면 억측을 낳게 되고
생각해보니 운동다운 운동을 해본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아직은 건강하다는 자신감으로 그동안 혹사시켜 온 내 몸에게 요사이엔 미안한 생각이 든다. 가끔이기는 했지만 시간을 내서 등산이랍시고 가까운 산을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제 작년 무릎을 다친 후로는 그마저 중단되고 몸무게만 많이 늘었다. 덕분으로 그동안 입어왔던 옷이란 옷은 모두 수선 집을 다녀와야 했
우수, 정월 대보름 지나고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문 앞에 와 있다. 우리 집 손바닥만한 잔디밭에서 몇 년째 터 잡아 함께 살고 있는 산수유와 매화나무에도 꽃 망물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꽃 피울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영하의 날씨가 몸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봄은 스펙트럼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렇게 온 세상을 찬란한 빛으로 분
10여 년 전에 친정 집 옆에 작은 집을 지었다. 직장 생활하는 사람이라서 단독주택 생활이 그리 쉽지마는 않았다. 단독 주택에 살다 보면 철철이 해야 할 일들이 늘 쌓여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땅에서 올라오는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어 좋고, 문만 열고 나가면 흙을 밟으며 누릴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쏠쏠한 재미가 있다.우리 집은 좁은 대지의 한가운데에 들어앉
학교의 2월은 함께 출발하여 달려온 길을 마무리하는 분주한 달이다. 큰 행사인 졸업식이 있고 학년을 마무리하는 종업식도 있다. 2월은 특히 초중고 졸업식으로부터 시작해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본격적인 졸업시즌이다.우리 학교도 이번 주에 32회 졸업식이 있다. 이번 졸업생은 내게 좀 더 특별하다. 2010년 3월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그 때 신입생으로 만난 아이들
계사년(癸巳年) 새해를 맞아 신정을 보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의 마지막 주다. 이제 학교도 겨울방학을 보내고 2012학년도 마무리를 위해 개학이 시작되었다.2월은 졸업식과 종업식은 물론 교육과정 운영계획 등 새 학년도 준비로 분주한 시기이다.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했던 추위가 지난주에는 겨울비와 함께 한동안 주춤하는가 싶더니 강추위가 또다시 살아나
‘이것저것 뒤돌아보지 말고 훌쩍 떠나자, 이번 여행의 모토였다.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이리저리 엉켜 있던 시간들을 차분히 풀어서 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훌쩍 떠나온 공간은 필연적으로 나의 동선을 바꿀 테고 동선이 바뀌면 감각을 사용하는 패턴이 바뀌고, 감각의 패턴이 바뀌면 생각의 회로도 바뀔 테니까... 여행이 주는 행복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한동안 맘만 먹으면 달려갈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어느 날 부터인가는 그 곳에 갈 수 없게 되었지만 눈을 감고도 달릴 수 있었던 길. 사계절 내내 흔들림 없이 그 길을 지켜주던 나무가 문득 그립다. 지금은 곁가지들 다 날려버리고 오롯이 중심이 우뚝 선 겨울나목이 되어 깊은 침묵으로 서 있을 그들이 보고 싶다.‘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
계사년(癸巳年) 새해 첫 날. 온 세상에 하얗게 서설(瑞雪)이 내렸다. 정초에 내리는 눈은 예로부터 풍년의 전조라고 한다. 한해의 출발을 축복하듯 상서(祥瑞)로운 눈이 내렸으니 2013년은 정말 복(福)되고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뱀의 해. 뱀은 예로부터 상황판단을 잘해 지혜로운 동물이라고 여겨왔으며 허물을 벗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새
혹한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이상 한파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라는 가설이 있다. 북극 상공 기온의 급상승으로 제트기류가 약해져 한기가 남하하여 유럽, 미주, 동아시아, 중동 북부, 북아프리카 일대까지 한파 세력이 점차 확산되어 추위가 갈수록 심해질 거라고 한다. 남반구는 폭염을 동반한 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고 북반구는 폭설과 한파가 내내 이어지는 등 평상시
인류역사에서 위대한 일이나 기적과도 같은 특별하고 뛰어난 일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자기암시로 자신의 잠재의식과 잘 소통했다는 점이다.자기암시는 어떤 생각을 되풀이함으로써 자기 자신에게 암시를 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거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기암시를 통해 자신을 어떤 방향으로 컨트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