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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 다가올 때면 생각나는 예화가 있다.‘어느 어머님의 가르침’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어느 시골의 총각 선생님이 출근길에 시냇물을 건너고 있었다. 그런데 징검다리를 잘못 밟아 신발과 바지가 물에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때마침 고향에서 오신 어머니께서 집에 머물고 계셨다. 그가 어머니에게 되돌아 온 이유를 말씀드리자 어머니가 물으셨다.“네가 밟았던
2014.05.13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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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떠날 채비를 하는 사월의 마지막 주. 연이틀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비 오는 날. 수천 갈래의 가슴이 땅을 쳤다. 어이없는 희생에 천지가 뼈아픈 사월이었다. 잠 못 드는 유족들의 뜬 눈이 집집마다 등불로 매달려 있다. 남겨진 가슴들은 그대로 푸른 멍이다. 진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져 버린 꽃들이야 말해 무엇 하리. 향마저
2014.05.0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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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절하게 흩날리던 꽃비는 그치고 잔인한 사월이 무심하게 흘러간다. 바람이 시간이 남기고 간 자리마다 슬픔과 부러진 생각들이 절뚝거린다. 햇살도 하얗게 내려와 말이 없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있을 수 없는 대형 참사. 어처구니없는 조치. 수많은 '그랬더라면'이 가슴을 친다. 뉴스를 보는 이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가족들은 오죽할까. 그나저나 다 키운 아
2014.04.2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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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교육청으로 일터가 바뀐 지 어느덧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적응해나가는 탓도 있었겠지만, 그걸 빌미로 한동안 책을 손에 쥐질 않았다. 지난 주말, 우연하게 이라는 책을 붙잡았다. 조선의 명문가에서 행해진 독서 방법과 독서교육을 담고 있는 책이다. 조선시대의 독서 지존이라 할 수 있는 55명의 독서법과 그
2014.04.1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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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이 맘 때였던 것 같다. 대전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는 남동생이 친정집 담벼락에 기대어 피우기 시작한 목련 꽃봉오리 몇 개를 따 주었다.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차로 마셔보라 권했다. 5월이면 여린 뽕잎이나 감잎을 따서 차 만드는 것을 연례행사로 치르고 있다. 그런데 목련꽃으로 차를 만든다는 것은 몰랐었다. 허긴 국화차처럼 개나리꽃도 말려 두었다가
2014.04.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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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다 커피 한잔 올려놓는다. 날아드는 커피 향속으로 하나 둘 생각이 쌓인다. 잠시 멍하니 있다. 엉덩이 들어 두어 발짝 옮겨 놓으니 창밖은 딴 세상이다. 순간 속의 무궁을 꿈꿔 본다. 눈부신 햇살이 버블버블 거품처럼 버글거린다. 창 밑으로 눈을 내리니 어느새 피워 올린 노란 수선화, 분홍 빛 꽃 잔디 웃음이 환하다. 봄 햇살 널
2014.03.2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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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오시나 보다. 밤비 내리는 소리. 님 발자욱 소리. 님이 가시나 보다. 밤비 그치는 소리...’ 예전에 귀 익었던 노랫말의 한 소절이다. 벌써 3월이 중순을 넘어섰다. 이제 정말 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꽃샘추위가 찾아와 몸을 움츠리게 했다. 언제나 그렇게 몸살을 앓아야만 봄을 맞이할 수가 있다. 봄은 역시 시샘을 받을 만큼 충분히 아름답고 위대
2014.03.1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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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아세요.‘사람의 눈빛 속에는 그 사람의 뇌에 있는 정보가 모두 들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흔히‘눈빛만 봐도 안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은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고, 그 사람의 생각, 마음상태, 품은 뜻이 눈을 통해 밖으로 드러난다는 의미다. 눈빛 안에는 그렇게 다양한 감정들이 숨어 있다. 남녀가 연애를 할 때도 진정성을 보려거든 눈빛을 살피라고
2014.03.1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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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을 흔히‘교직의 꽃’이라 말하기도 한다. 물론 내 생각은 좀 다르지만. 사령장을 받고 부임한지 어느덧 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조직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교환경을 정비하며 열악한 농어촌 학생들에게 꿈과 감동을 주는 교육을 펼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흐른다.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만난 교직원과 학생들과의 인연도 떠오른다. 그동안
2014.02.1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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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반칠환 님의 ‘새해 첫 기적’ 시의 전문(全文)이다. 이 시는 2012년 12월부터 2013년 2월까지 광화문 교보빌딩 벽에 대형 걸개로 내걸려 화제가 되었었다. 황새나 말처럼 날고 뛰는 재주를 가졌다고 우쭐할
2014.01.1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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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 지긋한 분들이 요즘 자주 부르는 노래가 있다.‘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가사가 참 그럴 듯하다.‘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 그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 눈물이 나네요.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어느 나이나 불러도 어색함이 없는 노랫말이다. 청춘들은 코웃음 칠지도 모른
2013.12.3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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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바람처럼 지나간다. 한 장 남은 달력에 얼마 남지 않은 숫자들이 힘을 모아 버텨 보지만 어쩔 도리가 없나 보다. ‘시간은 시계의 원형 문자판을 도는 것이 아니라 돌아올 수 없는 저 아득한 어둠 속으로 질주하는 것’이라던 지혜자의 말씀이 불현듯 기억난다. 시작이 그러하듯 12월은 마무리도 중요함을 알게 하는 달이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달이지만
2013.12.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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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건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순이다. 이제 정말로 2013학년도 교육농사를 마무리 지을 시기다. 학년 말을 맞아 학교는 어느 때보다 바쁘고 힘들다. 선생님들은 수업은 수업대로 해야 하고 성적처리, 생활기록부 작성, 사정회 등 주요 학사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잡스러운 아이들 생활지도는 하루도 방심할 수 없
2013.12.0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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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만나고 부딪치는 일상 속에서 나는 가끔 ‘미늘’을 생각할 때가 있다. 좋든 싫든 한번 이루어진 관계에는 사회적 연계성이든, 그게 뭐든 쉽게 끊어낼 수가 없다. 거기엔 내 성격상의 문제도 얼추 가미되어 있다. 한 순간 훌훌 털어 버리고 싶거나, 원하지 않는 관계인데도 끈질긴 인연의 고리에 단단히 얽매어 있기도 하다. 좋은 사람과의 관계는 더 말할 나
2013.11.2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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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포털 사이트나 주류 신문 뉴스, 방송을 접할 때마다 무서운 초딩이니 중딩이니 하는 단어들이 곧잘 등장하곤 한다. 학교, 학생, 청소년에 관한 뉴스치고 충격적이고 뒷맛 씁쓸한 것들이 대다수다. 올해도 그 어느 해 못지않게 구석구석에서 좋은 뉴스보다 좋지 않은 뉴스들을 더 많이 접한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충격적인 뉴스에 더 방점을 두다 보니 오히려 수많
2013.11.2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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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깊어갈수록 햇빛이 다르고 물빛이 다르고 바람이 다르다. 몇일 전 소리 없이 다녀간 가을비 덕분일까. 한층 선명해진 풍경이 황홀하기 그지없다. 요즘 그 향연을 누리기엔 출퇴근길이 너무 짧아 맥없이 해안도로나 금강 변으로 돌아가기 일쑤이다. 가을이면 앓는 병이다. 가을에는 꼭 그렇다. 수년 전 대전으로 출퇴근하던 시절엔 너무나 힘들어서 경치고 뭐고 한참
2013.11.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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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퇴근하여 현관문을 열면 조용한 공간에서 맨 먼저 달려 나와 반겨주는 것이 있다. 잘 익은 탱자의 노란 향기다. 친정어머님이 동네 어귀에 아직도 버티고 있는 탱자 울타리 밑에서 주워 온 것들. 둥글둥글 탱자만의 끈적끈적한 피부결 탓에 먼지가 달라붙어 꼬질꼬질해진 몸을 일일이 수세미로 깨끗이 닦아서 한 바구니 가져다 놓으신 이후부터다. 팔순에 가까운 어머
2013.10.2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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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흐르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강물이 흐르고 바람이 흐르고 구름도 흐른다. 시간이 흐르고 공간도 흐른다. 봄이 흐르고 여름이 흐르고 가을이 흐른다. 소리 내어 부르지 않아도 이른 새벽 강가 갈대가 바람을 불러오고 알록달록 고운 빛, 은빛 억새꽃, 시간이 그려놓은 가을 수채화 속에 그리움 한 자락도 걸려 있다. 한해가 이렇게 스멀스멀 잘도 흐른
2013.10.1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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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출장길 기차 안에서 책을 단숨에 읽어 낸 적이 있다. 고전이지만 쉽고 간결하게 정리된 이유에서였을 게다. 그리고는 책장 한쪽으로 밀쳐 두었었다. 그러다 어느 휴일 날에 여유를 부리며 한 장 한 장 음미하며 다시 읽다 보니 깊이와 맛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 후, 구기방심(求己放心)할 수 있는 벗으로 곁에 두고 있다. 지난 주말에 다시 펴
2013.10.07 0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