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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는 오래전에 시작됐다는데 마른장마란다. 약수터 물도 아기 오줌발이 된지 오래다. 긴 가뭄으로 밭작물들의 목마른 아우성이 들려온다. 이쯤해서 소낙비라도 한 줄금 시원하게 쏟아 내렸으면 싶다. 하늘을 품은 잿빛 구름에 세상도 덩달아 속 시원히 해결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요즘 의자에 단정히 꽂혀 있기에는 너무 칙칙하고 후텁지근하다. 짜증도 나고 별거 아닌
2014.07.1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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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북상중이다. 주말 우리지방에도 가뭄을 뚫고 비가 내렸다. 극성스런 녹음의 골목마다 눈물 글썽이는 바람이 비릿한 땅 내음과 몽환처럼 종일 떠다녔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꽃들이 흔적 없이 사라진 것을 새삼 느꼈다. 아름다운 것도 참으로 한 순간이다. 흙, 물, 햇빛, 바람의 기운이 모여 꽃이 된다. 열매가 되기도 한다
2014.07.0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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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머를 들고 폐차 위에 올라가 사정없이 부수는 장면이 마치 영화촬영 현장 같다. 펀치볼이나 미니 샌드백을 두들겨 패는 사람들을 보면 운동선수라는 착각도 든다. 그런가 하면 노래방으로 달려가 신나게 드럼을 치고 피아노 건반을 마구 눌러댄다. 조용한 발라드는 저리 가고 온통 시끄러운 댄스곡 일색이다. 언젠가 영상으로 봤던 스트레스를 푸는 갖가지 모습들이다.하루
2014.06.2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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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장사익의‘찔레꽃’노랫말의 일부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어디서부터인지 아득한 슬픔이 안개처럼 올라온다. 한동안 온 산야에 찔레꽃이 야단이었다. 논두렁 밭둑 야산 언덕에 밤하늘 은하수 별들처럼 무리지어 만발해
2014.06.1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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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들판이 초록으로 빠르게 채워졌다. 이제 세상은 하나같이 초록 물결이다. 뻐꾹새는 산기슭에서 울고, 짙은 나뭇잎 사이로 그리움도 바람같이 선선히 불어온다. 절반의 계절이 함께 공명하며 늠름해져 간다. 늦은 오후, 차 한 잔 마시며 간간히 찾아가는 인터넷 카페에 잠시 들렀다. 그 곳에서 뜻밖에‘보수된 유리창’이란 낯선 이론을 만나게 되었다.‘보수된 유리
2014.06.09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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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성숙함이 돋보이고 보리가 익어가는 6월. 넝쿨장미들이 햇살아래 자꾸만 말을 건네 온다. 살살 불어오는 바람에 담채화 느낌의 맑은 시가 생각나는 아침. 참기름을 발라 놓은 듯 반짝이는 잎새 위로 햇살이 분가루처럼 흩날린다. 빈 들판은 모내기로 연두빛깔 가녀린 잎새들이 하나 둘씩 꽂혀 가고, 면역된 시간이 상처로 얼룩진 봄날을 빠져나간다. 열린 창문으로
2014.05.3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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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이상한 건지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를 더 좋아한다. 특별히 옹이진 나무에게는 한층 애틋한 정이 간다. 그 이유는 곡선이 직선보다 더 아름답기도 하지만, 굽었다는 것은 높은 곳만 바라보지 않고 낮은 것을 살피며, 무언가의 아픔을 견디며 열심히 살았다는 증표 같아서다.살다보면 이래저래 마음 다치는 일이 있다. 그때마다 상처 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
2014.05.21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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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 다가올 때면 생각나는 예화가 있다.‘어느 어머님의 가르침’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어느 시골의 총각 선생님이 출근길에 시냇물을 건너고 있었다. 그런데 징검다리를 잘못 밟아 신발과 바지가 물에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때마침 고향에서 오신 어머니께서 집에 머물고 계셨다. 그가 어머니에게 되돌아 온 이유를 말씀드리자 어머니가 물으셨다.“네가 밟았던
2014.05.13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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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떠날 채비를 하는 사월의 마지막 주. 연이틀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비 오는 날. 수천 갈래의 가슴이 땅을 쳤다. 어이없는 희생에 천지가 뼈아픈 사월이었다. 잠 못 드는 유족들의 뜬 눈이 집집마다 등불로 매달려 있다. 남겨진 가슴들은 그대로 푸른 멍이다. 진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져 버린 꽃들이야 말해 무엇 하리. 향마저
2014.05.0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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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절하게 흩날리던 꽃비는 그치고 잔인한 사월이 무심하게 흘러간다. 바람이 시간이 남기고 간 자리마다 슬픔과 부러진 생각들이 절뚝거린다. 햇살도 하얗게 내려와 말이 없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있을 수 없는 대형 참사. 어처구니없는 조치. 수많은 '그랬더라면'이 가슴을 친다. 뉴스를 보는 이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가족들은 오죽할까. 그나저나 다 키운 아
2014.04.2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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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교육청으로 일터가 바뀐 지 어느덧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적응해나가는 탓도 있었겠지만, 그걸 빌미로 한동안 책을 손에 쥐질 않았다. 지난 주말, 우연하게 이라는 책을 붙잡았다. 조선의 명문가에서 행해진 독서 방법과 독서교육을 담고 있는 책이다. 조선시대의 독서 지존이라 할 수 있는 55명의 독서법과 그
2014.04.1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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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이 맘 때였던 것 같다. 대전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는 남동생이 친정집 담벼락에 기대어 피우기 시작한 목련 꽃봉오리 몇 개를 따 주었다.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차로 마셔보라 권했다. 5월이면 여린 뽕잎이나 감잎을 따서 차 만드는 것을 연례행사로 치르고 있다. 그런데 목련꽃으로 차를 만든다는 것은 몰랐었다. 허긴 국화차처럼 개나리꽃도 말려 두었다가
2014.04.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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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다 커피 한잔 올려놓는다. 날아드는 커피 향속으로 하나 둘 생각이 쌓인다. 잠시 멍하니 있다. 엉덩이 들어 두어 발짝 옮겨 놓으니 창밖은 딴 세상이다. 순간 속의 무궁을 꿈꿔 본다. 눈부신 햇살이 버블버블 거품처럼 버글거린다. 창 밑으로 눈을 내리니 어느새 피워 올린 노란 수선화, 분홍 빛 꽃 잔디 웃음이 환하다. 봄 햇살 널
2014.03.2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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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오시나 보다. 밤비 내리는 소리. 님 발자욱 소리. 님이 가시나 보다. 밤비 그치는 소리...’ 예전에 귀 익었던 노랫말의 한 소절이다. 벌써 3월이 중순을 넘어섰다. 이제 정말 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꽃샘추위가 찾아와 몸을 움츠리게 했다. 언제나 그렇게 몸살을 앓아야만 봄을 맞이할 수가 있다. 봄은 역시 시샘을 받을 만큼 충분히 아름답고 위대
2014.03.1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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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아세요.‘사람의 눈빛 속에는 그 사람의 뇌에 있는 정보가 모두 들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흔히‘눈빛만 봐도 안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은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고, 그 사람의 생각, 마음상태, 품은 뜻이 눈을 통해 밖으로 드러난다는 의미다. 눈빛 안에는 그렇게 다양한 감정들이 숨어 있다. 남녀가 연애를 할 때도 진정성을 보려거든 눈빛을 살피라고
2014.03.1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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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을 흔히‘교직의 꽃’이라 말하기도 한다. 물론 내 생각은 좀 다르지만. 사령장을 받고 부임한지 어느덧 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조직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교환경을 정비하며 열악한 농어촌 학생들에게 꿈과 감동을 주는 교육을 펼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흐른다.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만난 교직원과 학생들과의 인연도 떠오른다. 그동안
2014.02.1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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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반칠환 님의 ‘새해 첫 기적’ 시의 전문(全文)이다. 이 시는 2012년 12월부터 2013년 2월까지 광화문 교보빌딩 벽에 대형 걸개로 내걸려 화제가 되었었다. 황새나 말처럼 날고 뛰는 재주를 가졌다고 우쭐할
2014.01.1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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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 지긋한 분들이 요즘 자주 부르는 노래가 있다.‘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가사가 참 그럴 듯하다.‘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 그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 눈물이 나네요.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어느 나이나 불러도 어색함이 없는 노랫말이다. 청춘들은 코웃음 칠지도 모른
2013.12.3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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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바람처럼 지나간다. 한 장 남은 달력에 얼마 남지 않은 숫자들이 힘을 모아 버텨 보지만 어쩔 도리가 없나 보다. ‘시간은 시계의 원형 문자판을 도는 것이 아니라 돌아올 수 없는 저 아득한 어둠 속으로 질주하는 것’이라던 지혜자의 말씀이 불현듯 기억난다. 시작이 그러하듯 12월은 마무리도 중요함을 알게 하는 달이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달이지만
2013.12.20 11:04